현대重 'PC'3500대 없애자, 직원들 오히려...
보안사고 줄고 업무효율 늘어 '장점' 전기료 절감 효과도…클라우드 도입 확산
#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500대에 해당하는 직원 PC 본체를 없애버렸다. 사무실에는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만 자리한다.
# 분당서울대병원 황희 교수는 미국학회 참석중 서울로부터 급한 전화를 받았다. 황 교수가 담당하는 어린이 환자에 문제가 생긴 것. 황 교수는 즉시 태블릿PC로 병원시스템에 접속해 환자의 PET(양전자단층촬영) 사진과 놔파검사결과를 살펴본 뒤 10분만에 소견을 제공해 환자를 회생시켰다.
사무실에서 PC가 사라지고 있다. 삼성과 현대, SK 등 대기업그룹 계열사들은 물론, 신한은행과 미래에셋생명, 분당서울대병원, 특허청, 한국거래소 등 많은 기업들이 사무실 내 PC를 줄이며 '클라우드' 업무환경으로 전환하고 있다.
클라우드는 인터넷을 통해 중앙서버에 접속해 SW(소프트웨어)와 저장된 데이터를 이용하는 방식.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에서든 웹 접속만으로 PC에서처럼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2~3년전부터 국내 도입된 클라우드 컴퓨팅은 최근 그 효용성을 인정받으면서 전 산업계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현대중공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초 클라우드 기술중 하나인 VDI(데스크톱가상화)를 도입해 사내 3500대의 PC본체를 제거했다. 오는 2015년까지 회사 내 2만6000여명의 PC를 없앤다는 목표다.
현대중공업은 PC를 제거함으로써 공간활용도를 높이고 발열과 소음 등을 줄여 업무환경이 쾌적해진 것은 물론 PC관리비 절감 효과를 누리고 있다. 전기료의 경우 30%를 절감했다. 3500대 기준 1년간 12억원, 5년간 60억원에 이르는 액수다. PC구입비와 유지비 절감액도 수십억원에 달한다. 전사 확산시 그 효과는 수백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데이터를 개인 PC가 아닌 중앙 서버에 저장함으로써 고질적인 보안사고도 줄였다. 외부 업무를 보다 보고를 위해 사무실로 돌아올 필요가 없다. 현장에서 태블릿으로 업무를 처리한다. 회사 관계자는 "클라우드 도입으로 PC에 산발적으로 저장된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될 통로를 근본 차단한 것은 물론 바이러스나 해킹에 대해서도 안전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삼성그룹도 계열 IT서비스회사인 삼성SDS를 필두로 클라우드 환경 구축에 적극적이다. 삼성SDS는 지난해 전사업무 인프라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했다. 모든 회사 관련 데이터를 개인 PC 대신 서버에 저장하도록 했다. 회사 내외부에서 태블릿으로 PC와 동일하게 업무를 처리한다.
이 회사는 올해부터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내 전 관계사를 대상으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그룹내 제조, 금융 등 전업종에서 모바일오피스 사용자가 늘면서 PC를 없애고 클라우드 환경을 만드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분야는 클라우드 효과가 높은 업종이다. 병원 어디서든 입원 환자의 정보를 확인하고, 실무진에게 바로 지시할 수 있다. 진료 준비시간이 단축되면서 환자 대기 시간도 줄었다. 분당서울대병원 윤종활 의료정보팀장은 "클라우드 기반 모바일 진료정보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차세대 진료 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금융권과 공공분야도 도입이 활발하다. 미래에셋생명은 금융권 최대규모인 4000여대의 가상데스크톱을 구축하고 PC를 걷어냈다. 신한은행의 경우 연수원 PC 140여대를 가상데스크톱으로 교체했다. 특허청과 교육과정평가원, 한국거래소 등 공공기관들도 PC걷어내기에 나서고 있다.